나는 멈춰 선 엘리베이터다,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한 채 누군가의 무게를 기억한다
나는 멈춰 선 엘리베이터다. 한때는 수없이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하루를 실어 날랐다. 아침엔 출근길의 조급한 발소리를, 저녁엔 퀴퀴한 피로의 한숨을, 가끔은 누군가의 웃음, 누군가의 눈물까지도 나의 벽면에 조용히 새겨 넣었다. 나는 언제나 움직였고, 멈추지 않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하지만 어느 날, 나는 갑자기 멈췄다. 층 사이 어디쯤에서. 비상등만 어슴푸레 켜진 채, 버튼은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고,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정지’라는 상태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내 안에 있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천천히 떠올랐다.사람들은 보통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탑승하고, 목적층에 도달하면 떠나갈 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을 태우고 내리게 하며, 그들 사이를 이어주..
2025. 5. 2.